임현아(의예과 2년)
남들과 같아지려는 세상 속에서
전통적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대상의 표현이 아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로부터 아우라의 개념이 나오는데, 대상의 일회적인 현존재를 말한다. 아우라를 가지며 숭배의 대상이었던 예술의 큰 비중은 제의가치가 차지해왔지만, 사진과 영화로 대두되는 기술복제가 지각 방식의 변화와 예술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을 넓히며 점차 전시가치가 그 자리를 빼앗았다. 두 가치의 양적 변화가 예술의 성격의 변화를 가져왔는데, 우리가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속성이 결정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각 방식은 이렇게 예술 뿐 아니라 인간의 인식과 사고 전반에 영향을 주는데, 벤야민은 기술복제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지각 양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부정적인 모습으로도 나타나는데 벤야민의 시대에는 없던 SNS라는 기술의 영향이 크다. 기술복제는 동질적인 것에 대한 추구라는 대중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러한 동질성의 추구가 현대에 와서 같아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만의 미적 취향을 가지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SNS를본다. 예술에 대한 요구뿐만이 아니다. 유명한 음식점, 옷가게 등의 쏠림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남이하는 것을 하려는 행위적인 수준에서도, 또한 남들의 미적 기준에 자신의 것을 맞추어 보여주기식 이미지의 추구를 하는 지각 수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벤야민은 통제되는 집단적 반응을 진보적이라 평가했지만, 이것이 우리의 자유로운 지각을 억압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나타나는 통제는 이제는 수시로 열어볼 수 있는 SNS로 인해 더욱 심해졌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이 아닌 무엇이 좋아요 가 많이 눌렸는가이다. 집단적 사고는 그 대상의 다양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여 대상의 속성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고 지각하는 주체의 개성도 없애버린다. 남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만 생각하기 때문에 사고가 깊어지거나 입장을 가질 수 없다. 미학과 예술에 관하여 직접 공부하는 대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우리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만족과 행복을 찾아야하며, 남들과 같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며, 각자의 특별함을 발할 때 진정한 인간성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벤야민도 파시즘을 경계하였던 것이다. 요즘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다수에게 휩쓸리지않고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여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한 자발적인 탐구와 충분한 숙고를 통해 본인의 힘으로 가치관과 미적 감각을 정립하고 이로부터 고유한 지각 방식을 생성하여야 할 것이다.
출처 : 원대신문(http://www.w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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