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마니타스 장학 제도가 2014학년도 2학기로 벌써 6회째를 맞았습니다. 이번 후마니타스 장학 시험에는 독서시험 455명, 독서논술 627명, 독서토론 80명으로 총 1천162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해마다 학생 참가율이 소폭 상승하고 있습니다.
후마니타스 장학 제도는 지난 2011학년도부터 시작돼 학기마다 2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본 면에 실린 독서논술 우수작 및 심사 총평을 검토해 다음 학기 있을 후마니타스 시험 준비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후마니타스 장학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현실이 될지도 모를 감시와 통제의 사회
『1984년』
현대사회는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비례하며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편의와 행복의 증진이라는 목적 하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기술은 역으로 본래의 목적을 망각한 채 인간의 삶을 통제하고 감시하는데 이용되면서 우리의 삶 곳곳에 침투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가 지속될 때 어떠한 미래가 도래할지에 대해서는 조지 오웰이 예언한 《1984년》의 사회상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1984년》 속 주인공 윈스턴이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 사회는 ‘사상통제’와 ‘과거통제’라는 두 가지 정치철학으로 특징지어진다. 첫째, 사상통제는 ‘영사’에서 이단적 사고를 철저하게 근절시키는 것으로, 이것은 양면의 텔레비전으로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을 통해 이루어진다. 텔레스크린은 오늘날의 CCTV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전국에 CCTV가 없는 곳이 없을 만큼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행동을 노출하고 감시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4천만을 돌파한 시점에서 최근 국정원의 카카오톡 검열 사건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사용자들은 해외의 다른 메신저로 이탈하기 시작했고, 카카오톡 팀은 수색영장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하게 저항하였다.
둘째, 과거통제는 당의 독재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과거의 날조로써, 과거의 모든 사실을 당의 무류성(無謬性)을 입증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의 날조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도 빈번하게 이루어져 왔고, 현재도 진행형에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가늠하게 하는 언론자유지수는 2006년 31위에서 올해 2월에는 57위로 떨어졌다. 심지어 최근 S사의 개그프로그램 중에서 현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코너가 온라인상에서 돌연 사라졌다는 사실은 1984에 ‘진리성’이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자기검열의 심화현상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오늘날 사회에서는 때때로 집회와 시위라는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 저항한다. 하지만 국가 권력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교묘하게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오웰이 예언한 바와 같이, 국가의 감시와 통제로 인한 개인주의 말살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울러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촉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는 1984의 수많은 노동자처럼 커다란 국가 권력에 맞설 힘도 영향력도 없지만, 희망은 있다. 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당의 슬로건이 말하는 “힘은 무지”가 아니라 ‘자각’이며, 이것은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이야 말로 절실하게 필요함을 깨닫고, 끊임없이 비판하며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신호(역사교육과)
죽은 사고의 사회
『생각의 탄생』
한국의 교육 현실은 실제와 유리된 채 죽은 지식을 아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 지식을 알지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놀이터에서 시소를 탈 수는 있지만 문제 속 무게 중심의 원리는 알지 못하는 것은 현재 한국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과연 지식과 실제가 유리된 채 아는 것이 강조되는 것이 옳은가. 이에 대해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생각도구를 통해 전인을 길러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인이란 무엇인가. 한 가지 분야에만 치우치지 않고 통합적인 능력을 지닌 그야말로 만능인을 가리킨다.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직접적인 경험이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의 깊게 관찰을 하고 다양한 사고를 통해 어떠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은 사고발달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많은 과학자와 예술가들은 사물을 경험하고 추상화하여 탐구하는 과정을 겪었으며, 그것이 그들이 위대한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말한다.
따라서 교과계획시 실험 및 탐구 수업을 의무적으로 배치하여야 한다. 탐구수업은 학생들이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그 과정에서 사고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또한 한국의 학교교육은 과목간 독립성이 많고 분절적이다. 그러나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가가 돼라는 말이 있듯이 다른 과목을 통해 사고나 지식이 증가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과목간의 보완적 관계에 착안하여 학문간 연계가 강조되어야 한다. 방법으로는 교사의 수업지도에 있어 다른 학문의 개념을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과 특히 독서과목에 있어 지문으로 활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다른 학문의 예를 통해 학생들이 추상적인 원리에 쉽게 접근하거나 이해를 증진할 수 있으며 통합적인 사고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독서과목에 있어 타 교과의 지식을 지문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어교육 자체의 목적을 실행하는 것이며 독서가 지식적 차원이 아닌 실제적 차원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사고발달을 위해 경직된 지식수업에서 탈피하여 놀이수업을 시행하여야 한다. 놀이수업은 규칙을 만들거나 파괴하며 다양한 사고과정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회이며, 직접 수행하며 실제와 유리되지 않은 실제적 지식을 습득하는 통로이다. 또한 놀이수업에 따른 결과물은 학생들의 직접 경험에 의한 것이기에 내면화가 잘 이루어진다. 버지니아 울프와 그의 아버지 레슬리 스트븐은 학교교육이 사고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의 사고를 발달시키는 통로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학교교육의 존재 이유이다. 따라서 경직된 지식의 주입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능력을 지닌 전인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즉, 교육은 죽은 시인이 아닌 살아있는 시인을 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강다은(국어교육과)
통합교육의 지향점
『신기관』
이 책은 물리학자 아르망 투르소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이는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현대 사회는 전문화, 세분화를 강조하고, 이에 따라 전인보다는 전문가의 양성이 교육의 목표가 되었다. 이러한 교육방식 하에서 양성된 전문가들은 편파적이고 구획적이게 되어 창조적 사고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 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만 존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학적 궁극적 목표를 재설정한다. 교육내용은 통합지(知)와 종합지(知)가 되어야 하며 전 영역을 아우르는 ‘신(新)르네상스인’의 양성이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교육을 한국 교육의 현실에 적용하려면 전문교육기관의 측면과 사회교육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일차적으로 전문교육기관의 교육 방법론이 수정되어야 한다. 기존의 전문교육기관들은 전문성 함양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그들의 설립취지에 부합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방법론이 야기한 문제점들, 즉 편파적 사고의 발생과 창조적 사고의 부재를 인식했기 때문에 기존 교육방법론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전문교육기관으로서 대학교는 교양과목을 강화하고 이수학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교과과정을 수정해야 한다. 이들 교육기관들이 나가야할 방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1930년대의 바우하우스를 들 수 있다. 바우하우스는 음악과 미술을 가르치는 예술전문교육기관이었지만 실제 교과과정에서는 생물, 윤리, 철학, 연극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과목들을 가르쳤다. 통합교육은 학생들의 창조성과 창의력을 길러주었으며 결과적으로 그들은 193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바우하우스와 현재 한국의 과학전문교육기관인 카이스트, 예술전문교육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과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통합교육이 시사하는 바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또한 사회교육의 강화가 필수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만약 현재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 도중에 물리학이 배우고 싶어졌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통합교육은 그 양과 범위가 장대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완성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통합교육은 학교교육의 범주에 그치지 않고 사회교육, 즉 평생교육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된다. 사회교육의 기반 강화가 절실하며 학교교육과 동일한 규모의 예산이 투자되어야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자,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떠올랐다. 통합교육의 지향점은 바로 학생들로 하여금 넓고 깊은 창조적 사고의 결실을 맺게 도와주는 것이다.
박지영(치의예과)
“독서논술, 논술을 이해하고 출제의도 정확히 파악해야”
2014년 2학기 후마니타스 장학생 선발시험을 위해 《1984년》, 《자유론》, 《생각의 탄생》, 《신기관》 등 4권의 책이 선정되었고, 총1천299명이 접수해 학생 1천162명이 응시했다. 접수 인원으로 보면 지난 학기에 비해 100여 명이 감소했지만, 실제 등록인원은 약간 증가했다. 이번 학기에도 독서시험 70명, 독서논술 91명, 독서토론 12팀(24명) 등 총 185명이 선발되어 총 2억 5천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었다.
여섯 번째로 맞이하는 이 대회에서 학생들의 참여도는 여전했다. 이번 경우 공지된 4권의 책 가운데 《1984년》과 《생각의 탄생》은 읽기에 그리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대 정치이념의 기초가 되는 《자유론》은 다소 개념과 내용을 파악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이고, 서양 근대 및 자연과학의 시발점을 알리는 책 《신기관》은 제2부의 예시가 좀 어려웠을 것이다. 책의 선정에서 난이도와 접근성을 함께 고려하는데, 고전이다 보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서시험>
독서시험은 4권의 주어진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객관식의 경우는 책을 제대로 읽었으면 맞출 수 있도록 했지만, 단답형은 조금 촘촘히 읽어야 풀 수 있는 문제 중심으로 출제했다. 이번 경우도 단답형에서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풀지 못했다. 좀 더 꼼꼼하고 촘촘한 글읽기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독서논술>
독서논술의 경우, 『1984년』의 응시자가 거의 반 정도 되었고, 『생각의 탄생』, 『자유론』, 『신기관』 등의 순으로 응시했다. 『신기관』은 제2부 내용이 어려워 그랬는지, 그리 많이 지원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독서논술에서는 논제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그에 맞추어 본문을 작성하고 자신의 문제제기에 대한 대안이나 평가가 기술되어야 한다. 독서논술의 전범이 될 만한 좋은 글을 쓴 경우도 있었지만, 논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논제에 대한 출제의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또 책을 제대로 읽지 않거나 책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시험에 응시한 사례도 많이 발견되었다. 앞으로 글쓰기센터에서 진행하는 글쓰기강좌에 참여하면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독서토론>
독서토론의 본선 1차에서 강팀끼리 붙어 결승전까지 갈 수 있는 실력이 있었음에도 한 팀이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다음 학기에는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 볼 것이다. 토론을 진행할 때 이번부터 학교 홈페이지에서 3·4위전과 결승전을 인터넷 생중계 했지만,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홈페이지의 접근로가 어려워 그랬는지 접속자수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토론대회는 이전보다 훨씬 치열하고 참여자의 준비도 많고 토론능력도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지정도서의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고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다각적인 입장을 검토하면서 토론하면 보다 지성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토론대회는 보석을 발견했던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토론을 지켜보면서 함께 긴장하고 애태우고 흥분했던 즐거운 체험을 하면서 나는 우리 원광대 학생들이 진주처럼 보석으로 변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불편해하면서 분비물을 내뱉는데, 그것이 석화되면서 진주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토론을 준비하면서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감내하며 정신적 소화액과 분비물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학생들을 진주처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신적 보석이 많은 학교가 일류대학이다. 용기를 내서 도전하여 실력과 인품을 갖춘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그래서 원광대가 일류대학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김정현 후마니타스장학위원회 위원장(철학과 교수)
출처 : 원대신문(http://www.w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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