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영역, 290명 선정, 총 1억 원 지급
2017년 1학기 제11회 후마니타스 장학생 선발대회 텍스트로는 계열별로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이기적 유전자』, 『예술 수업』 등 4권의 책이 선정·공지되었고, 독서퀴즈·시험·논술·토론 등 네 부문에 총 748명이 지원했다.
출제 영역을 두 권으로 한정한 독서퀴즈, 4권의 책을 다 읽어야 하는 독서시험, 한 권에 한정되는 독서논술 등에 지난 학기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으나, 공지논제와 심화논제로 진행되는 독서토론에는 전학기보다 참가팀이 적었다. 이번 학기에도, 독서퀴즈 40명, 독서시험 109명, 독서논술 123명, 독서토론 9팀(18명) 등 총 290명이 선발되어, 총 1억 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었다.
사회계열 『검은 피부, 하얀 가면』
김누리(문예창작학과 4년)
도시 변두리를 둘러보다 보면 ‘국제결혼 주선’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결혼정보업체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TV에서 자주 비춘 풍경을 떠올린다. 시골에 결혼할 사람이 없어 외국에서 아내를 데려온 한국인 남성. 가난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받고 한국으로 온 동남아계 여성. ‘튀기’라는 이름으로 다문화가정의 아이를 놀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동남아계 국제결혼의 이미지이다.
프란츠 파농은 차별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나르시시즘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타인과 자신의 다른 점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식민지화를 시키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파농은 백인 본인이 가진 내재된 욕망을 식민지화를 통해 유색인들에게 투영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간단한 연상법만으로도 입증이 가능하다. 백인은 유색인(특히 흑인)을 성기화시켰다. 그들은 유색인을 야만인으로 포장함으로써 본인의 위상을 드높인다. 무지한 유색인들, 현실에 안주하는 유색인들, 힘세고 체력만 좋은 유색인들이라는 이미지는 젠틀하고 이성적인 백인의 모습과 대비를 이룬다.
흑인의 열등감 즉, 흑인성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백인과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흑인은 백인과 만남으로써 인종차별을 받아왔던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여기서 흑인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스스로를 백인화시켜 백인의 문화로 편입하든가, 아니면 자신이 흑인임을 당당하게 드러내어 본연의 가치를 고수하든가. 백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시점에서 이미 어떠한 답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무엇을 선택하든 흑인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흑인 콤플렉스뿐이다.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자신은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익숙하게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 그들을 옆집이라는 이름이 아닌 다문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칭하는 것. 땀 흘리며 걸어가는 동남아계 사람을 이주노동자라고 생각하는 것. 국제결혼을 가난한 동남아계 여성과 시골 한국인 남성의 결합으로 생각하는 것부터가 그들을 인종적인 틀 안에 규정짓는 질 낮은 인종차별의 행위가 된다.
생각해 본다. 그동안 숱하게 겪어온 약탈과 식민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 유색인들은 다른 탈출구를 찾지는 않았는가? 그 탈출구를 찾는 행위에 있어 유색인 안에서의 또 다른 계급을 나눔으로써 다른 동남아계 사람들을 차별하고, 그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오지 않았는가? 다문화주의의 문제와 대면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 적나라한 현실과 차별을 마주해야만 한다.
예체능계열 『예술 수업』
주수현(행정언론학부 4년)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와 예술의 역할
『예술 수업』에서 저자는 현대 예술이 ‘도발적인 자극’이며 이를 통해 ‘사고를 촉진’시킨다고 주장한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현대 예술을 기기묘묘하고 골치 아픈 것으로 치부한다. 예술 전시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림 그 자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인다. 사과와 오렌지가 그려진 작품을 보고 ‘음… 사과와 오렌지네’라는 당연한 말을 내뱉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뒤샹의 <샘>을 보고도 ‘음… 변기네’라고 따분히 생각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변기? 이게 무슨 예술 작품이지?’, ‘그저 변기일 뿐인데 샘이라니?’ 등의 다양한 생각들을 샘으로 분출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현대 예술의 도발적인 자극이며, 사고를 유발하는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인공지능이란 용어는 낯설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일례로 아이폰의 시리(Siri)는 주인의 ‘오늘의 일정이 어떻게 되지?’, ‘오늘 날씨가 어떻게 돼?’, ‘몇 시에 알람 설정해줘’ 등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응답함으로써 사람들이 직접 휴대폰을 조작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 준다. 이에 따른 결과로, 인간이 더 많은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됨은 이론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실질세계’에 매몰되어 있다. 쉽게 말해 벌어먹고 살기에 여전히 바쁘다. 이는 정말이지 아이러니하다. 인간은 왜 인공지능이 넓혀주는 ‘여분세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러한 행태는 인공지능과 공존하게 될 시대의 인간의 삶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머지않아 완연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시대를 살아갈 인간에게 예술은 과연 필요한 존재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현시대보다 예술이 더더욱 그 의미를 빛낼 수 있으리라 감히 짐작한다. 앞서 말했듯 예술은 감상자로부터 사고를 유발시키는 역할을 해야만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저 무료하게 화가의 작품을 멍하니 바라보는 태도는 예술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도 아닐 뿐더러, 그 예술 작품은 참된 의미에서의 예술은 못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은 사람들이 실질세계에서 여분세계로 넘어오도록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함을 시사한다. 인공지능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남는 시간을 실질세계에 쏟아붓고 있는 사람들을 ‘도발적인 자극으로 일깨워주는 것’이야말로, 예술이 갖는 진정한 역할이자 필요성일 것이다.
자연계열 『이기적 유전자』
이유림(한의학과 1년)
유전자의 관점에서 본 역사와 생존 투쟁기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를 중심으로 인간의 진화를 설명하였다. 유전자는 자신이 보존되고 살아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기적인 유전자이다. 유전자가 보존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물은 유전자를 생존시키기 위한 생존개체로서의 역할을 가진다. 생존개체는 이기적 유전자의 보존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진화되어 왔다. 생존개체는 유전자라는 상위 프로그램이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 설계에 따라 행동한다. 그 과정에서 개체는 여러 이타주의적 행동을 보일 수 있으나, 그 행동들 또한 ‘이타주의적인 척하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전략일 뿐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타주의적으로 보이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이기적 유전자의 교묘한 수단일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종족이 포식자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처했을 때 피식자 중 하나의 개체가 경보음을 낸다. 경보음을 내는 행위는 자기 자신의 위치를 알리게 될 수 있으므로, 자신을 희생하여 종족 전체를 위험으로부터 구제하려는 이타주의적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경보음을 내는 행동은 자신 주위의 개체들을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대피시켜 결국 자신이 포식자에게 발견될 확률을 줄여준다. 이타주의적 행동처럼 보였던 자신의 희생은 결과적으로는 개체의 안전을 보장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잘 보존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자의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게 해준 것이다.
또한, 꿀벌이 다른 종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독침을 쏘고 포식자를 공격하며 죽게 되는 것 또한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꿀벌의 행동은 겉으로 보기에는 종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 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꿀벌은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킬 생식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희생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의 생존율을 높임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목적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결국 꿀벌의 이타주의적 희생도 이기적 유전자의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생물이 유전자의 보존을 위한 생존개체에 그친다는 설명으로만은 생물의 모든 행위를 설명하는 데 분명 한계점이 있다. 개체는 생존수단으로서 유전자라는 상위 프로그램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치부되고, 개체의 이타주의적 행동들은 결국에는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을 달성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설명은 인간이 허무주의에 빠져들게 함과 동시에, 유전자의 보존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인간의 행위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다.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만 생물의 진화와 행위를 이해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에서 개체가 발전해온 역사를 이해하고, 더하여 ‘밈’과 같은 문화적 유전자의 개념으로 이기적 유전자의 설명을 보완한다면 인간이 자신이라는 개체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심사 총평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해설자들의 표현처럼, “70년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이 다각적으로 파헤쳐 있는”, “지금도 그 현재적 의미를 잃지 않고 있는 ‘살아 있는 고전’인” 작품집이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서, 저자 프란츠 파농은, 정신 분석 이론을 적용하여, 흑인에 대한 탄압과 차별, 즉 흑인들이 백인들의 세상에서 경험하는 종속과 부적응의 감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저자는 진화의 주체가 인간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이며, 인간도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예술 수업』은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작품들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열어주는 예술의 현실적 가치’를 탐구한 강의를 책으로 편찬한 것이다.
<독서퀴즈>
즉흥성, 놀이, 재미 등이 가미된 O·X 게임과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된 퀴즈대회에 직전 학기보다 많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였다. 수상권에 들지 못한 학생들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컵라면, USB, 보조배터리, 전자레인지, 자전거 등 많은 상품을 추첨을 통해 전달했다. 상품은 CK사업단의 협조로 마련할 수 있었다. 평소에 접하지 않았던 『이기적 유전자』와 『예술 수업』, 두 책을 읽고 진화, 유전자, 예술의 현재적 가치, 예술적 상상력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이 이번 퀴즈대회의 의도였다.
<독서시험>
시험은, 공지된 4권의 책에서, 객관식 40 문항, 단답형 9 문항, 서술형 1문항을 출제했다. 객관식의 경우는 책을 제대로 읽었으면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단답형은 중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읽어야 정답을 작성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했다. 서술형 문제는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술해야 하는 문제였다.
<독서논술>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경우, 문제에 제시된 문장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 적은 경우가 많았다. 키워드를 충분히 활용할 수는 있지만, 문장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논술문에는 개인적 경험과 감상이나 주관적 견해만을 노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은 번역서이고 정신분석 임상서로 쉽지 않은 책인데, 우리의 현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자 한 노력의 흔적이 느껴져서 반가웠다. 문제에만 집중한 나머지, 저자가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중요한 논점과 내용들을 충분히 논제에 적용하여 풀어나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이기적 유전자』는 난이도가 약간 높은 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수의 답안지에서 정형화된 패턴 몇 개를 암기하여 작성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문제에 충실하지 못하고, 단순 지식을 나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술 수업』의 경우, 해당 도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적절한 논거가 부족하였다. 저자가 제시하는 몇몇 개념들에 의존한 나머지 글의 내용이 생산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논술문으로서의 글의 형식적 요건, 단락의 구분, 글의 구성과 논리 전개, 논지에 맞는 적절한 예시, 정서법 등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논술문에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논거가 제시돼야 한다.
<독서토론>
이번 토론대회를 통해 드러난, 개선이 필요한 몇 가지를 열거한다.
1. 선정도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도서의 특정 부분을 발췌해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토론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2. 논제에 제시된 핵심 개념에 대한 유(類)-종(種)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토론에서 상대팀에 대응해야 한다.
3.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한두 문장으로 잘 다듬어 제시함으로써 논지를 명징하게 드러내야 한다.
4. 토론의 생동감을 위해서는, 논제의 문제의식을 부각시킴으로써 현 사회의 시사점, 기대효과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회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는, 교양교육대학 학장 및 직원 선생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또한, 네 영역의 대회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협조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조영철 교수(후마니타스장학위원회 위원장)
출처 : 원대신문(http://www.wknews.net)
원문 기사링크: https://www.wk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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