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영역, 276명 선정, 총 1억 원 지급
2018년 1학기 제13회 후마니타스장학생 선발대회 텍스트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나쁜 사마리아인들』, 『동물 해방』,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등 4권의 책이 선정되었다. 독서퀴즈·시험·논술·토론 등 네 영역에서 총 928명이 지원했다. 이번 학기에도, 독서퀴즈 40명, 독서시험 104명, 독서논술 117명, 독서토론 8팀(16명) 등 277명이 선발되어, 총 1억 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었다.
사회계열: 『나쁜 사마리아인들』 김영빈(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재정 건전성의 유지와 통화량 규제 – 나이프의 양날
지금은 21세기, 신자유주의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리는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직장인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물가는 올라도 내 월급은 오르지 않네.” 이 말은 지출해야 할 금액은 늘어나는데 월급은 매일 똑같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리이다. 이처럼 물가의 상승이 개인의 생활에 많은 영항을 준다. 그리고 개인의 성장은 경제상승률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하자면 낮은 물가상승률은 개인의 성장을 도모해 국가의 경제상승률을 높일 것이다. 그리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국가의 경제적 안정을 불러온다. 때문에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신자유주의자들은 2가지 방안을 주장하였다.
첫째로 재정 건전성의 유지이다. 재정 건전성이란 국가의 재정 즉 재산을 항상 비슷하게 유지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있을까? 해답은 국가의 지출에 있다. 국가의 지출이 세입의 범위보다 큰 지출을 하게 되면 경제는 그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물가가 상승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통화량의 규제이다. 통화량 규제는 통화, 즉 화폐의 이동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통화량 규제를 위해 중앙은행을 정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이 통화량 규제를 도맡아서 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아니지만, 정부는 통화량 규제 말고도 다른 임무를 부과하여 중앙은행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자들은 통화량 규제만을 수행하는, 정치에서 독립된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통화 기금인 IMF는 정치에서 중앙은행을 독립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재정 건전성 유지와 통화량 규제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책의 내용을 보면, 아편전쟁처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신자유주의를 내세워 악행을 저지르던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하준은 그들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굳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이라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적어도 재정 건전성과 통화량 규제는 시행한다 해도 국가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주장이 올바르게 작용한다면 로널드 레이건이 말한 노상강도, 무장 강도, 청부살인업자 같은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있게 되고, 국가는 경제적인 성장을 이루어 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처럼,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프는 사람을 다치게 만들 수 있는 도구지만 스테이크를 썰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때문에 단순히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짓만 저지른다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예체능계열: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연주(치과대학 치의예과)
그림 감상법 – 당시의 사회 상황과 작가의 상향 고려해야
저자가 말하는 옛 작품을 올바르게 감상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감상하기, 그림의 대각선 길이만큼 떨어져서 보기, 시간을 갖고 감상하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저자의 감상법과 기본상식을 바탕으로 옛 작품을 감상해야만 작품을 제대로 음미하며 감상할 수 있다.
<씨름>은 김홍도가 서민용으로 그린 풍속도이다. 옛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 작품은 단옷날 민속놀이를 그린 친근한 작품이다. 그 시대상을 반영해 보면, 양반이 상민과 어우러져 바닥에 앉아 씨름을 구경한다는 비현실성을 느낄 수도 있다.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이 그림을 약간의 거리를 두고 본다면 전체적인 구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경꾼들이 가운데 씨름선수를 둘러쌈으로써 구심력과 통일감을 주었지만 신발을 바깥쪽으로 배치하고 옆을 비워 여유를 두었다. 씨름 선수를 크게 묘사한 것으로 보아 구경꾼의 시점에서 구도를 잡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을 천천히 감상하면 오른쪽 아래 남자의 손이 반대로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왼쪽 중간에 다리를 모은 사람의 긴장한 표정과 옆에 벗어둔 신발은 이 사람이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선수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런 세세한 점은 그림을 적절한 거리에서 음미하며 보지 않는다면 알기 힘든 묘사이다.
<황묘롱접도>는 노인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그린 그림이다. 옛 사람의 마음을 빌려보아야 이 그림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고양이는 한자로 70세과 발음이 비슷해 칠순을 의미하고 나비는 같은 이유로 팔순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칠순 노인이 팔순까지 장수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제비꽃(여의초)은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되라는 뜻이고, 패랭이꽃의 꽃말은 청춘이다. 따라서 <황묘롱접도>를 아무 상식 없이 보면 그냥 고양이, 나비와 꽃 그림이지만 옛 사람의 마음으로 보면 작품의 진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저자의 옛 그림 감상법은 한국의 옛 그림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감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저자가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꼈듯이, 우리는 작가가 그 그림을 그렸을 당시의 사회 상황이나 작가의 성향을 고려하며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작가가 어느 문화권의 사람이냐에 따라 보는 방향을 바꾸고, 시간을 들여 감상해야 한다. 저자는 옛 그림의 대각선 길이만큼 떨어져서 보라고 했지만, 현대미술의 다양한 형태를 고려했을 때, 멀리서 전체적인 형상을 관찰해보기도 하고, 가까이서 자세하게 묘사를 감상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현대미술작품 중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을 감상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본다면 그저 혐오스럽거나 그 화려함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성향과 시대적 상황을 본다면, 물질적 가치를 대표하는 다이아몬드와 죽음의 허무를 상징하는 해골을 결합해 황금만능주의 시대를 풍자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자연계열: 『동물 해방』 이문호(사범대학 역사교육과)
동물 해방 – 점진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을 통해 사회에 만연하고 또 당연시되어 왔던 종차별주의를 비판하면서 동물에 대한 가혹행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위한 논거로 동물도 쾌고감수능력, 즉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동물실험이 의학의 진보를 견인하고, 또 영농업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동물보다 인간의 이익을 상위에 두어야한다는 의견 역시 동물해방론자의 주장과 상충한다.
이에 따른 양자의 의견은 우선, ‘선의 최대화 관점’에서는, 상기하듯 동물이 쾌고 감수 능력을 가진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들을 가혹한 행위에서 해방시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동물에게 관대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입장이다.
‘이익의 최대화 관점’에서는 동물이 쾌고 감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면서 동물의 희생을 통해 이익을 가장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안해낸다. 영농업자들이 고안한 ‘배터리 새장’이나 ‘철의 처녀’등으로 불리는 인위적 공간들은 동물의 행동을 극단적으로 제한하여 이루어지는 잔혹한 처우를 보여주는 표상이다. 또한 이들은 송아지의 붉은 고기를 얻기 위해 그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한 채 철분을 제거한 사료를 제공해 빈혈을 유도하기도하며,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동물을 착취하는 행태를 중단하지 않는다.
동물 실험에도 역시 이익의 최대화 관점이 투영되어있다. 이들은 의학적 진보가 인간의 진보를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에, 동물에게 전기충격을 가하거나, 동물에게 독극물을 주입하여 고통스럽게 실험을 하는 것에 어떠한 양심적 책무도 느끼지 못한다. 이들은 동물에게는 유의미했던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되었을 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현상을 목격함에도, 또 AIDS의 경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더 유용함에도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이렇듯 이익의 최대화 관점은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이익이라는 욕망에 근거한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어떤 관계를 추구해야 하는 게 바람직할까? 저자 피터 싱어는 전면적인 동물 해방이 효과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점진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동물 해방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물이 ‘쾌고 감수 능력’을 가진 존재이며, 이는 인간에게 친숙한 고양이, 개 같은 애완동물뿐만 아니라 식용으로 이용되는 돼지나 소, 닭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주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몇십 년 전만해도 식용 개고기에 대한 논쟁이 활발했지만, 애완견에 대한 인식이 증진된 현재에는 개를 학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주장할 만큼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보다 진보된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심사 총평
인문영역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저자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웃음과 역설’이라는 키워드로써 박지원의 글을 재미있게 때로는 심각하게 해석하고 있다. 사회영역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장하준 교수가 “세계화 및 경제 발전에 대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현재의 지배적인 정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서” 쓴 책이다. 자연영역에 선정된 『동물 해방』에서 저자는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동물에 대한 인간 중심적 행동이 종차별주의에서 연유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동물 해방을 주장하고 있다. 예·체능영역에 선정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서 저자는 “선인들의 그림을 잘 감상하려면 첫째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둘째,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는 ‘옛 그림 감상 원칙’을 제시하면서 선인들의 작품 감상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독서퀴즈>
독서퀴즈 대회는 학생들이 조금 더 책읽기에 흥미를 가지도록 하자는 취지로 게임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즉흥성, 놀이, 재미 등이 가미된 O·X게임과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였다. 출제 영역을 『동물 해방』과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두 권으로 한정한 독서퀴즈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회가 끝날 때까지 열띤 호응을 보였다. 수상권에 들지 못한 학생들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보조배터리, i Pad, 블루투스 스피커 등 많은 상품을 추첨을 통해 전달했다. 상품준비는 CK사업단의 협조로 마련할 수 있었다.
<독서시험>
공지된 4권의 책을 정독하였다면 객관식 문항의 정답을 선택하거나 단답형 답을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객관식의 경우는 책을 제대로 읽었으면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단답형은 중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꼼꼼하게 읽어야 정답을 작성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했다. 서술형 문제는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술해야 한다. 텍스트의 각 장에서 필자가 주장하는 요지를 파악·정리하며 글을 읽고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독서논술>
4 영역 논제의 공통점은 텍스트에 담긴 저자의 주장을 제대로 파악·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저자의 주장에 오늘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 등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응시자들은 저자의 주장을 대체로 이해하고 있는 듯했으나, 비판적인 견해를 정확하게 기술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는 논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생들의 글에서, 논제에서 제시한 조건에 따라. 논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 서술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주어진 60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문제의 요지를 파악하고, 1,200 ~ 1,400 자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공지된 도서를 읽어가며, 필자의 논지를 글로 정리해 보는 훈련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독서토론>
16강전, 8강전까지는 <일반계열>과 <의·약학계열>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4강전부터는 계열 통합하여 진행되었다. 이번 학기부터는 16강전부터 심화논제로만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 참가자들은 많은 준비를 했고, 대회가 진행됨에 따라 토론능력도 많이 향상된 모습이 눈에 띠었다. 토론 현장의 열의가 대단했을 뿐 아니라, 격렬한 논쟁 중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절을 지키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적인 말하기로서의 토론에 미숙한 참가자들은 토론 과정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나, 이번 토론 대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대체로,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닌, 상호소통을 통한 공감과 설득, 창의적 대안 제시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토론대회는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대중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자신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훌륭한 경연장이다. 후마니타스 장학사업에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나만의 자소서 쓰기와 입사 면접에서 나만의 질문받기 등 또 다른, 좋은 스펙 쌓기가 될 것이다.
후마니타스 독서대회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많은 노고를 아끼지 않은 융합교양대학 교직원 선생님들에게, 주말임에도 기꺼이 협조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출제 및 심사를 맡아주신 교수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조영철 교수(후마니타스장학위원회 위원장, 유럽문화학부)
출처 : 원대신문(http://www.wknews.net)
관련기사링크: https://www.wk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36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