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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9학년도 1학기 후마니타스 특집 – 독서논술 대상작 3편
[특집] 2019학년도 1학기 후마니타스 특집 – 독서논술 대상작 3편
교양교육원2019-06-03

후마니타스 장학생, 총 1억 원 장학금 지급

2019년 1학기 후마니타스 장학생 선발대회는 괴테의 『파우스트』,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홍성욱의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이충렬의 『간송 전형필』 등 4권의 책이 선정됐다.
또한 독서퀴즈·시험·논술·토론 등 네 부문에서 총 1,591명이 접수해 지난해 2학기보다 41%가 증가했다. 수상자는 독서퀴즈 40명, 독서시험 104명, 독서논술 117명, 독서토론 16명(8팀) 등 총 277명이 선발돼, 총 1억 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인문계열 『파우스트』 허동표(국어교육과 4년)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 것이니!

『파우스트』가 쓰인 계몽주의 시대는 남성성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빛나는 이성과 지식’을 통해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룩한 시기이다. 이러한 근대적 이성은 빛나는 발전만큼이나 어두운 면이 존재했으며 괴테는 이러한 ‘근대적 이성과 남성성의 한계’와 극복 방안을 『파우스트』에 녹여내고자 했다.
괴테는 “인간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인간은 과거의 결과물인 현재, 현재에서 ‘불확실한 미래’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괴테는 인간의 미래를 불확실하고 허무적인 것이 아닌 ‘창조와 희망, 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해 끝없이 ‘행위’하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간을 대변하는 것이 파우스트로서 그는 괴테의 인간관과 같이 끝없이 ‘행위’하는 존재이다. 그는 그레트헨과 헬레나와의 사랑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나아가 바닷가의 쓸모없는 땅을 개간하기까지 이르며 결국 구원받는다. 여기서 우리는 파우스트의 그리고 인간의 행위가 ‘개인적 행위’와 ‘보편적 행위’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을 받으며 그레트헨과 헬레나와의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개인의 욕망이자 감정. 즉, 그 한계가 명확한 ‘개인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토지개간사업은 ‘자유로운 백성, 자유로운 삶, 훌륭한 토지’라는 보편적 이념을 위한 ‘보편적 행위’로 나타난다. 즉, 파우스트는 끝없이 ‘행위’ 하며 결국 보편적 행위를 통해 구원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에도 한계가 드러난다. 파우스트의 행위는 수많은 비극을 가져왔다. 특히 앞서 언급한 계몽주의적 이성의 한계와 함께 호문쿨루스와 토지개간사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그너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자연과학의 정수인, 이성과 남성성으로 대변되는 호문쿨루스는 결국 ‘행위하기 위한 몸’을 찾다가 죽음을 맞이하며 토지개간사업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고통받는다. 이러한 남성성으로 대변되는 계몽주의와 그 이념의 폭력성으로 인한 고통들, 수많은 비극들은 결국 ‘영원히 여성적인 것’에 의해 구원받는다.
『파우스트』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논하는 작품이다. 괴테는 인간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방황하고 행위를 함으로써 그 존재의 의의를 찾고 있다. 행위라는 것은 인간이 불확실한 미래로 향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피해를 수반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괴테는 이러한 행위로 인한 피해를 치유하고 포용하기 위해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 것이니!’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과거의 근대인들은,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파우스트』 속 ‘영원한 여성적인 것’을 통해 인간의 실존적 의미를 찾고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희망의 미래를 위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계열 『죽음이란 무엇인가』 김예진(의예과 1년)

자살, 공리주의적 도덕 조건 충족시키지 못해

어떤 경우엔 이것이 사실일 수 있다. 오랜 투병 생활로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큰 고통을 주게 되는 경우, 어쩌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일일 수도 있다. 떠난 자와 남겨진 자 모두의 행복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자살은 도덕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되지 못한다. 도덕적 합리성 여부를 공리주의 관점에서 보려면 한 개인의 자살로 인해 사회 전체의 행복의 총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죽음을 선택한 당사자는 삶보다 죽음이 이롭다고 생각했을 것이기에 본인 관점에서의 행복량은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자살자의 빈자리로 초래될 유가족의 고통, 사회경제적 손실, 사회에의 충격 등으로 감소하는 행복량이 증가량을 초과할 경우, 이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정당하지 못하다 보아야 한다.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많은 자살사례가 공리주의적 도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대부분의 경우 한 개인의 죽음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한 명보다 많고, 남겨진 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몫이 그 한 명의 고통 경감량보다 크기 때문이다.
다만 자살의 도덕적 정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면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고통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으며 공동체적 도덕성을 위해 개인에게 끔찍한 불행을 강요하는 건 도덕적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계열 『죽음이란 무엇인가』 최현정(영어영문학과 1년)

죽음 선택적 관점의 변화와 삶의 주체성

이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행복의 총량과 고통의 총량을 비교하는 것이다. 여기서 셸리 케이건은 그래프를 이용해서 행복의 총량과 고통의 총량을 비교하였다. 그래프가 마이너스로 치닫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선택하면 비합리적인 자살이 되는 것이다. 이때 케이건은 인생에 있어 행복과 고통의 총량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또한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살이 비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케이건의 말대로 어떤 사건 하나하나에 행복과 고통의 점수를 객관적으로 매길 수 없다면, 결국 그 점수는 개인의 주관에 따른 것이다. 즉, 또 다른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자살은 어떤 개인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다.
공리주의의 입장에서는 자살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기도 한다. 트롤리 딜레마를 조금 변형시켜서, 달려오는 기차의 선로에 있는 무방비한 사람들이 A의 가족들 4명이고, A가 그 상황을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A가 스스로 선로에 뛰어들어서 달려오는 기차를 막을 수 있다면, A는 자살을 선택할 수도 있다. A의 자살은 합리성의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본다. 4명이 희생당했을 것을 1명의 희생으로 대체한 것이므로 고통의 총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덕성의 측면에서 A는 가족을 위해 희생했기에 도덕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심사 총평

공지된 4권의 책 가운데 인문계열의 도서 『파우스트』가 가장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은 괴테가 60여 년 동안 공들여 쓴, 서양 최고의 고전 가운데 하나다. 이는 삶과 죽음, 영혼의 타락과 구원, 젊음과 감각적 쾌락, 방황과 성공, 사랑과 여성적인 것, 노동과 인류애 등 수많은 테마를 다루고 있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인문학적 필독서이다. 하지만 등장인물, 무대배경, 사건, 스토리텔링 등 정리하기 만만치 않은 내용이 있어 이해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사회계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영혼, 죽음, 영생, 자아, 자살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주제에 대한 내용적 언급보다는 논리적 추론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자연계열의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은 과학과 인문학, 예술, 건축, 언어, 젠더, 법, 인권, 박물관 등의 문제를 다루며 융합시대의 과학문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체능계열의 『간송 전형필』은 우리 문화를 수집하고 보존한 한 인간의 위대한 행적을 그리고 있으며, 네 권의 책 가운데 가장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네 권의 책을 읽을 때 일부는 내용이 어렵고 또 전체적으로는 분량이 많아 힘이 들었을 것이다.

<독서퀴즈>
독서퀴즈대회는 책읽기에 흥미를 갖도록 O·X 게임과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과 『간송 전형필』 등 두 권의 책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된 독서퀴즈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대상을 받은 학생의 경우는 단답식을 모두 맞추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체육관을 가득 채운 학생들의 독서 및 참여 열기가 계속 번져나가 대학이 글로벌(마인드) 대학으로 비상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독서시험>
독서시험에서는 4권의 책 분량이 많아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시험은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출제항목에는 난이도를 두었다. 이번 경우 단답형과 서술형에서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풀지 못해 안타까웠다. 조금 더 꼼꼼하고 촘촘한 글읽기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서술형은 『파우스트』에서 출제되었는데,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랬는지 서양의 근대성과 연관된 두 가지 사례를 뽑아내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독서논술>
독서논술의 경우, 『간송 전형필』과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응시자 수가 비슷했으며, 『파우스트』가 그 다음이었고,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을 선택한 학생은 가장 적었다. 내용의 난이도나 분량이 학생들의 책 선정에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책의 내용을 잘 소화시키며 자신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탁월하게 글쓰기를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논제에 대한 출제의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개념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메피스토펠레스처럼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제대로 표기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설명회와 특강을 하며 독서논술의 기본형식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의 기본형식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는 글이 많았고, 80% 이상의 글이 논술의 제목을 달지 않았다. 일부는 논제와 부합되지 않은, 사전에 준비한 듯 보이는 글을 서술하기도 했다. 또 일부는 책을 정독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정보나 상식에 의존해 감상문 형식의 글을 쓰기도 했다. 학생들이 매 학기 진행되는 후마니타스 설명회와 특강에 참여해 독서논술의 기본형식을 배우며 적극적으로 대회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싶다.

<독서토론>
독서토론의 대상도서는 『파우스트』와 『죽음이란 무엇인가』였다. 이번 독서토론에서는 인문사회계열의 참가팀이 적어 매우 아쉬웠다. 예선, 16강, 8강 등에서는 대상도서의 내용이 어려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사전논제를 준비해서 그랬는지 토론에서 다소 긴장도가 떨어졌다. 물론 4강 이후 준결승전, 결승전의 토론에서는 논지, 주장, 비판, 표현력 등이 살아나 토론에 흥미로운 긴장감이 다시 돌았다. 그러나 토론대회에서 관객 없이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보였다.

후마니타스장학생 선발대회는 독서를 통해 학기당 1억 원의 장학금을 수여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큰 장학대회이다. 후마니타스 독서대회를 통해 실력과 인품을 갖춘 원광인, 사회에서 정신적 보석 역할을 하는 원광인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이 대회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고를 아끼지 않은 융합교양대학 학장 및 직원선생님, 협조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김정현 교수 (후마니타스장학위원회 위원장, 철학과)

출처 : 원대신문(http://www.wknews.net)

 

 

원문 기사링크: https://www.wk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4491